대한민국 수출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약 1,000조 원) 고지에 오를 전망입니다. 1956년 통계 작성 이후 69년 만에 이뤄낸 기념비적인 성과입니다. 고금리와 고환율로 내수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수출이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입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기록 이면에는 초기 창업가와 기업가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구조적 위험 신호'가 숨어 있습니다.
첫째, '반도체 착시 현상'을 경계해야 합니다. 이번 수출 기록은 사실상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견인한 결과입니다. 실제로 11월 한 달간 반도체 수출 비중은 전체 28%까지 치솟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주력 산업(철강, 석유화학, 2차전지 등)은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특정 품목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시장 환경이 변할 때 우리 경제 전체를 한순간에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외발자전거'와 같습니다.
둘째, '수출 호황이 내수로 흐르지 않는' 구조적 단절입니다. 과거에는 수출이 잘되면 고용이 늘고 임금이 올라 내수 경기가 살아나는 '낙수 효과(Trickle-down)'가 뚜렷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 생산 기지가 해외로 이전되고 공급망이 글로벌화되면서, 수출 실적과 국내 자영업·소비 경기 사이 연결고리가 약해졌습니다. "수출은 사상 최대인데 왜 내 주머니는 비어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습니다.
셋째, '고(高)개방-저(低)성장'의 딜레마입니다. 한국 대외의존도는 88.9%에 달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정책 변화나 환율 변동에 세계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제 구조입니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쟁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특정 국가(미·중 비중 38%)에 편중된 수출 시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습니다.
우리는 사상 최대 수출 기록이라는 숫자에 현혹되기보다, 그 뒤에 숨은 '변동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제 '제조업 물량 확대'라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기술과 지식 기반의 고부가가치 서비스, 특정 국가에 얽매이지 않는 디지털 솔루션 등 수출 질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여러분의 비즈니스 모델이 외부 충격(환율, 관세 등)에 얼마나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 있는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