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흐름이 18분기 연속으로 기준치를 밑돌고 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내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77을 기록하며, 우리 경제 근간인 중소기업과 내수 기업들이 직면한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산업계는 수출과 내수 간 극명한 온도 차를 겪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화장품 같은 주력 수출 업종은 기준치인 100을 상회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내수 기업 지수는 74에 머물며 침체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율 상승이 수출 기업에는 가격 경쟁력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원자재를 수입해 국내 시장에 공급해야 하는 내수 중소기업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폭탄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제 구리 가격 상승과 고환율 이중고를 겪고 있는 전기 및 전선 유통 업종 상황은 절박합니다. 원자재 가격은 30~40%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이를 판매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채 낮은 입찰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올해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이 10곳 중 7곳에 달하며, 그 주요 원인으로 원부자재 가격 변동과 인건비 상승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산업 생태계 하단에 위치한 중소기업들은 원가 상승 압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한계 상황에 다다랐습니다. 대기업이나 원청 기업과 관계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계약 금액에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도 고통을 가중시키는 요인입니다. 단순히 민간 자율에 맡기기보다 손실을 분담하고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시점입니다.